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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folded Dice

펼쳐진 주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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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라운지(A-Lounge) 기획전
<펼쳐진 주사위(Unfolded Dice)>
고등어, 샌 정, 슈비기 라오(Shubigi Rao), 조재영, 조현선, 한성우
2019. 3. 15(Fri) – 3. 30(Sat)
글: 이승민 (에이라운지 대표)


‘컨템포러리 아트’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큐비즘(cubism)’의 시작은 마티스가 세잔의 작업세계에 감명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세잔은 세계를 기하학적 입방체의 구축으로 파악하고 조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세계의 본질을 찾으려는, 그 조형적 미술의 세계가 시작되었다. 조롱의 의미로 설파된 정육면체, ‘큐빅’은 미술 속 혁명적 출발의 매개체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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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면체에 한 개의 점부터 여섯 개의 점을 찍어 이른바 확률 게임을 하는 주사위가 있다. 한 면이라도 어긋나면 게임을 할 수 없기에 주사위는 정교한 정육면체의 모양을 띤다. 각 면의 점은 개수는 다르지만 단순히 6면을 구분하는 존재로 어떤 부가적인 의미는 없다. 각 면은 등가(等價)의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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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라운지는 2019년 첫 기획전으로 <펼쳐진 주사위(Unfolded Dice)>를 준비한다. 과거 큐비즘을 통해 세상과 사물의 본질을 찾았듯이, 정육면체인 주사위는 최근 미술계에서 많이 보이는 다양한 매체와 설치, 이른바 리서치 기반의 작업과는 다른, 시각적 조형성이라는 미술의 기본으로 돌아가보고자 하는 일종의 메타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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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사위를 펼쳐서 각 면에 6명의 작가를 놓았다(갤러리 구조가 펼쳐진 주사위를 닮기도 했다). 이렇게 주사위의 한 면씩을 차지한 작가는 고등어, 샌 정, 슈비기 라오(Shubigi Rao), 조재영, 조현선, 한성우로, 평면과 입체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성을 탐구한다. 이러한 조형성 속에서 구상과 추상, 자유로움, 엄정함 등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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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고등어는 짙은 모노톤의 연필 드로잉을 선보인다. 짙은 검정의 농담과 필선으로 표현된 일러스트적인 화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심리세계에 다가가는 길로 인도한다. 그의 작업은 불안하면서 색다른 초현실의 세계를 그리는 듯 보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각자 자신의 감성과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게 하는 유기적 연결고리를 제시한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샌정은 동양의 오방색을 자신만의 선(禪)적 세계에 담는다. 회색조의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오방색의 조형은 담백하면서 미완의 형태로 하여금 여운이 남게 한다. 인도 출신의 슈비기 라오는 지난 해 한국에서 첫 전시를 열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경쾌하게 조합해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직조하는 슈비기 라오는 동양의 붓처럼 잉크라는 매체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제작한다. 인문학, 인류학 등에 대한 관심을 가벼운 말장난으로 유머러스하게 텍스트화 하는 작가의 작업은 시적이면서 동시에 진지하다. 엄격하면서도 자유로운 양가적인 입체 작업을 통해 공간 속 조형을 탐구하는 조재영은 패브릭으로 제작한 비정형의 조형으로 공간에 자유로움을 던진다. 선과 면, 색이라는 요소를 화면에 자유분방한 그루빙(grooving)으로 담은 조현선은 새로운 신작에서 자신의 작업을 원전삼아 이를 다시 확대하고 자르고 수정하고 보완한다. 면과 색, 그 경계에 대해 깊이 파고들면서 그는 미완의 상태를 긴장감 있게 붙든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 속에서 작업해 온 한성우의 작은 드로잉 신작 또한 파스텔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조형성을 탐험하는 작가의 또 다른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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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열린’ 진행형의 작업을 제시한다. 작가만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점, 선, 면’이 공간을 채운다. 이들은 각기 다른 듯 닮았다.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예술의 ‘본질’을 향해 나아가지만 6명의 작가들 모두 의도적으로 이른바 완결함을 비껴간다. 무대의 뒷면을 그리거나, 여백이 형상보다 더 도드라지기도 하고, 조각이라는 매체에 기대하는 ‘견고함’이 사라진 ‘느슨함’을 드러낸다. 다시점(多視點)과 기하학적 조형으로 세계의 본질을 찾았던 혁명적인 ‘큐비즘’처럼, 정육면체의 주사위를 다시 해체해 펼치듯, 이들은 자신만의 미감으로 미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각적 조형의 세계를 ‘새로이’ 모색한다. 에이라운지에 펼쳐놓은 주사위를 통해 동시대미술의 또 다른 예술적 ‘확률’을 즐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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