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In the middle of Oasis

빛불짓

2021. 11. 5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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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의 편지

글: 배은아, 독립큐레이터

만약 당신의 눈 앞에 오아시스가 보인다면 그건 아마도 사막을 지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만약 보이지 않는 오아시스를 찾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당신 앞에 건너야 할 사막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가 오아시스를 품은 사막을 통과하는지, 아니면 사막이 품은 오아시스를 맞이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쩌면 우리 눈 앞에 보이는(visible) 오아시스는 우리 몸 속에 이미 잠들어있던 간절히 소망하는 오아시스를 마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때 한 순간의 봄(vision)은 이미 우리의 몸에서 친숙해져 있는 어떤 친밀한 상태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눈은 우리의 마음을 마주 할까요?

미술은 언제나 눈의 영역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눈으로 말하고 눈으로 생각하고 눈으로 만집니다. 때로는 몸의 영역이기도 했습니다. 몸으로 만지고 몸으로 말하고 몸으로 생각하고 몸으로 봅니다. 누군가에게 미술은 입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입으로 말하고 입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만지고 입으로 보니까요. 어쩌면 미술은 항상 손의 영역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손으로 생각하고 손으로 보고 손으로 만들고 손으로 말하기도 하니까요. 눈에서 몸을 거쳐 입으로, 아니면 생각에서 눈을 거쳐 몸으로, 또는 손을 거쳐 몸에서 눈으로 이동하는 교차점을 찍어보고 이어가는 것, 이 모든 교차점이 다른 모든 교차점의 교차점이 될 수 있도록, 그 사이를 접어 보고 펴보고 만들어 보는 것. 이것이 손현선이 구축하는 그리기의 몸틀 일지도 모릅니다.

손현선의 몸틀은 접촉의 지형(地形)을 가집니다.

지팡이는 맹인의 눈입니다. 맹인은 지팡이에 가해지는 사물의 작용을 통해 사물을 분별합니다. 그러니까 맹인은 지팡이로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촉(만짐)을 통한 봄의 경험은 손현선의 몸틀을 구축하는 중요한 감각입니다. 손현선은 종이를 접어 빛을 만듭니다. 우선, 다이아몬드의 컷팅 방법을 리서치하고 수집하고 선별하여 컷팅 라인을 그리고, 그 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접었다가 펴는 과정에서 면을 만들고 색을 발견합니다. 하나의 색은 다른 색을 만나 또 다른 빛을 내며, 각각의 접촉의 지형을 만듭니다. 하나의 면은 다른 면을 만나 또 다른 에너지를 내며, 파장의 지형을 만듭니다. 어둠의 지형, 흡수의 지형, 재귀의 지형 그리고 떠오름의 지형은 서로 다른 에너지를 품고 주변의 환경에 초대됩니다. 손현선의 빛을 향하는 마음은 그리는 손을 통해 면과 색으로 나와 드디어 자유로이 공간을 산보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자유로운데 몸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거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마법의 도구입니다. 거울은 나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물이지요. 그런데 거울을 통해 보는 나는 내가 아니라 나를 보고 있는 나입니다. 나를 보고 있는 나는 원하는 대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거울 속의 몸과 실제로 접촉할 수 없습니다. 나와 나를 보는 나를 가르는 이 표면은 무엇일까요? 손현선의 거울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불투명한 표면입니다. 때때로 어떤 생각에 골똘히 매달렸을 때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시점을 잃는 경험을 합니다. 하나의 사물이 눈 앞에 있어도 우리는 그 사물을 보지 못하고 눈은 봄에서 탈락됩니다. 이러한 봄과 보임 사이의 단절은 마음과 몸 사이의 접촉을 이끌어냅니다. 손현선의 거울은 생각으로 밀려난 눈의 자리와 몸이 끌어 안는 생각의 자리가 겹쳐집니다. 그의 거울은 눈의 자리와 생각의 자리가 교차하고 겹쳐지는 지점, 제로(0)가 되어가는 표면을 옮겨 옵니다. 몸에서 탈락한 봄과 눈에서 끌어 안는 만짐이 서로를 파고드는 지점 말입니다.

그 지점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 오릅니다.

그리는 불은 그려지는 불꽃에 따라 그리고 함께 동시에 있습니다. 주변을 데우는 따뜻한 온기는 차츰 올라가는 불의 온도에 따라 그리고 함께 동시에 있습니다. 불을 그리는 생각이 사라지고 불꽃을 그리는 손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서서히 불꽃이 피어 오르는 마법이 시작됩니다. 드디어 손현선의 불을 향하는 마음이 그리는 손을 통해 불꽃을 피우며 보는 사람을 초대합니다. 보는 사람은 피어 오르는 불꽃을 따라 그리고 함께 동시에 있습니다. 봄과 보임이 마주하면서 마법이 시작됩니다. 이 마법이 봄에서 일어나는지 보임에서 일어나는지, 아니면 그림(painting)에서 일어나는지 그려짐(painted)에서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쩌면 우리 눈 앞에 일어나는 마법은 우리 몸 속에 이미 잠들어있던 마음을 마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때 한 순간의 봄은 이미 우리의 몸에서 친숙해져 있는 어떤 친밀한 상태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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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middle of Oasis» installation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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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선,-사실은-언제나_떠오름,-종이에-흑연과-파스텔,-35.5ⅹ35.5cm,-2020

손현선, 사실은 언제나 떠오름, 종이에 흑연과 파스텔, 35.5ⅹ35.5cm,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