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If Different Day is a Same Day If Today is Yesterday If Now is Very Very Before Long Before Short Before Before,

다른날이 같은날이었으면 오늘이 어제였으면 지금이 아주아주 오래전이었으면 조금더 전 전에 그전,

2020. 8. 11 - 9. 2

다른날이 같은날이었으면_인비테이션

2020년 여름, 에이라운지(A-L)는 써니킴의 개인전 <다른날이 같은날이었으면...>을 선보인다. 오히려 프로젝트에 가까울듯한 이번 전시는 지난 봄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에 고립되어야 했던 써니킴 작가와 그렇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배은아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통해 기획되었다. 2012년과 2014년 써니킴의 재연(reenactment) 프로젝트 <정물>과 <풍경>으로 협업했던 두 사람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거리와 좁힐 수 없는 시차 앞에서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전시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전시할까가 아닌 불가능할 것만 같은 전시를 가능하게 하려는 바램으로 시작된 이번 전시는 두 사람을 예상치 못한 시간의 여정으로 이끌게 된다.

써니킴의 그림 속 소녀들을 만나고 싶어 시작된 <정물(2012)>과 그 소녀들이 거닐던 자연을 함께 걷고 싶었던 <풍경(2014)>에 이어 <다른날이 같은날이었으면…(2020)>은 지금 현재의 뒤바뀐 세계 혹은 전혀 다른 세계를 담는다.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와 고립의 시간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보다는 과거를 되돌아보게 했고 그 순간 이미 과거는 어제의 과거가 아닌 오늘의 과거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억의 방문을 통한 기억의 이동이 이번 전시를 위한 유일한 -현실적인- 재료가 되었다. 그림 속 소녀들을 재연했던 진짜 소녀들의 <돌 던지기 (2020)>, 합판을 모방한 캔버스와 나란히 벽을 함께 하는 해체된 <풍경 (2017)>의 합판, 산을 가운데 두고 뒤집힌 <시선 (2015)>의 하늘과 땅, 멀리서 보는 <큰 꽃나무 (2019)>와 가까이 보는 <작은 꽃나무 (2020)>,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워털루 전쟁터 액자.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전혀 다른 세계.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가 교차하는 전혀 다른 세계, 이 뒤바뀐 세상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했던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지금이 아닌가.

써니킴의 회화는 결코 바뀔 수 없는 어떤 순간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삶에서 각인된 한 순간은 종종 벼룩시장에서 발견된 사물이나 엽서 혹은 문학 속 한 페이지와 연결되어 때로는 절망으로 때로는 희망으로 그 안타까움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의 회화에서 울리는 “돌아오라”, “살아나라”, “머물러라”와 같은 간절한 바램은 정지된 이미지를 움직이게 하고 죽은 자를 되살리며 지나간 시간을 다시 불러온다. 아마도 써니킴은 모든 것이 정지될 것만 같은 지금을 통과하면서 ‘살아있음’에 대한 간절한 바램으로 지나간 시간을 다듬기 시작했으리라. 그리고 그 주변을 채우고 있었던 먼 시간을 가까운 시간으로 불러오고 가까운 시간을 먼 시간으로 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19세기 일본 시인 마사오카 시키가 병상에서 써내려간 <병상육척>과 동료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와 주고받은 서신을 낭송한다. 이는 멀리 한국에 있는 배은아 큐레이터에게 보냈던 위로하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다시 읽음’을 통해 위로 받은 써니킴의 마음이기도 하다. 작가의 낮은 목소리는 어눌한 피아노 연습 소리와 함께 더 깊은 시간의 시간으로 다시 이동한다.

<다른날이 같은날이었으면...>은 써니킴의 기억으로 반복되어 재생되고 끊임없이 끝나가는 기억의 살아있음(liveness)에 주목하며 써니킴의 회화에 들어왔다 사라지는 이상한 시간 속으로 초대한다.

기획 / 배은아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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