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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on: Collector's Choice #3

컬렉션: 취향의 발견 #3

2021. 8. 25 - 9. 2

취향의 발견 #3_인비테이션

「컬렉션: 취향의 발견」

이번 전시는 에이라운지가 여름을 맞이하여 기획한 특별전으로, 기존 상업 갤러리의 판매 전시에서 벗어난 일종의 번외 전시이다. 많은 이에게 있어서 예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높아가지만 막상 갤러리에서 전시를 관람한다는 것, 나아가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왜일까? 아마도 미술이 다른 예술 장르와는 달리 진입문턱이 높은 것은 아닐까? 이 전시는 이러한 의구심에서 시작되었다.

컬렉터 3명이 일종의 릴레이 식으로 자신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개인의 각기 다른 사연과 미술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비롯된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컬렉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목적을 둔다. 참여하는 한 컬렉터는 자신만의 테마를 설정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시대를 초월하는, 또 다른 이는 동시대 작가라는 시대를 지정하여 출품작을 꾸려냈다. 이처럼 은밀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컬렉션을 살펴봄으로써 관람객들은 미술을 대하는 나의 태도나 내가 소장하고 싶은 작품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누군가는 미술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고, 그 경험에서부터 그만의 새로운 컬렉션이 시작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My own private collections, ‹Two of Us›로 말하기」
- 글: 장문태 (컬렉터)

전시 제안을 받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어떤 작품, 누구의 작품을 가지고 있다’로 나의 컬렉션을 얘기한다면 나의 리스트는 어쩌면 ‘실패의 기록’이 되겠구나 싶었다. 작품을 처음 구입한 지 십여 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어떻게 바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골목을 돌아 우연히 마주치는 귀인을 나로서는 막을 길이 없다는 것. 하여 오늘도 변함없이 분주하게 전시장을 오가고 있다는 것.

사적인 컬렉션-‘my own private collections’라고 스스로 부르는-리스트의 일부를 소소하게나마 선보이기 위해 수렴한 제목이 ‹Two of Us›다. ‹Two of Us›라고 하니까 달달한 연애 모드를 보통 떠올리던데 그것보다는 조금 독하게 되었다. 지금 나의 관심사를 키워드-가령, 국가폭력, 개인의 죽음, 타자, 이주노동자, 페미니즘, 소수자, 매체로서의 회화와 조각, 동시대성 등등-로 요약하고 각각의 주제별로 동시대 한국작가 혹은 그들의 작품을 정해서 나란히 배치하는 형식이다. 주제별 대표작이라기보다는 ‘그때 그 순간’에 관련 주제를 나에게 환기시켜준 작업 중에 서로가 합을 이루며 연결될 수 있는 작업으로 골랐다. 이러한 분류는 때로 작가의 작업 의도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다. 또한, 비록 영화산업은 아니지만 Inclusion Rider의 룰을 보다 강력하게 따르고 싶었다.

이 전시는 나의 컬렉션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을 감추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꺼낸 소주제와 작가 리스트는 대충 이렇다. (순서 무관)

· Painters_김진/이해민선. 캔버스와 종이 사이에 자신의 몸을 힘껏 쓸어 넣으며 밀고 당기는 사람들.

· 조각_서용선/최하늘. 조각이라는 매체로 연결되는 두 개의 오늘.

· 죽음_강석호/김미경/정희승. 삶과 죽음은, 마치 생장하는 한송이 꽃과 함께 걸린 희미한 그림처럼 나란히 가며 우리를 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언젠가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던 누군가의 생을 이제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음을 비통해하며 가슴 깊이 오래 간직하는 것.

· 소외_고등어/흑표범. 지구에서 누군가 주변으로 밀려나는 일은 오늘도 너무나 날카로운 현재진행형. 사라지거나 사라지지 않은, 우리 곁에 함께 있는, 우리가 만든 타자들.

· Amour_이정식/이정식. 신이 빚은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이 그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밖에 설명이 불가능.

· 여성_정은영/조희수 with 조혜진. 불과 며칠 전의 여성들. ing.

· 폭력_노충현/최선. 거울의 이면에 숨겨진 날카롭고 거대한 폭력의 흔적을 집요하게 쫓는 작업들.

· Two of Us_로와정/에이라운지. 여전히 과정에 있는, 그래서 더 좋은, 하나이자 둘인 그들의 자화상. 그리고 그들이 전해준 ‘전시’라는 기억.

결국에는 이들 모두와 내가 만나, 그들과 나(Two of Us)라는 하나의 풍경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전시에 함께 해주신 작가와 갤러리 관계자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내 삶에 깊은 영향을 주셨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들은 ‘마음의 보호대 같은 것이 부러진 기분’인 날에도 내 앞에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보송한 눈길을 열어 주었다. 이것은 비단 전시에 소개된 작가에게만 전하는 인사는 아니기도 하다.

글 / 이승민 (에이라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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